미국 뉴요커들에 있어서 조깅은 건강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뛰고 달려야 땀이 나고, 그래야 몸에 좋다고들 생각했다. 언젠가 뉴요커들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된다. 동양에서 건너간 요가다. 요가는 뛰고 달리는 게 아니었다. 정중동(靜中動)의 운동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힘을 쓰고 뛰기 보다 몸을 푸는 것을 더 중시했다. 그럼에도 온몸에 땀이 흠뻑 나고 운동이 됐다. 하고나면 온몸이 가뿐하고 건강에 참 좋았다.

뉴요커들은 그래서 알게 됐다. 쉴 새 없이 빠르게 뛰고 달리는 것이 삶의 전부가 아님을. 정(靜)의 가치를 동(動)보다 더 인정하게 됐다. 울퉁불퉁한 근육보다 부드럽고 순발력 있는 육체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웰빙의 시작이었다. 웰빙은 뉴요커들로 하여금 삶의 가치를 바꾸게 했다. 빨리보다 천천히, 힘있게보다 부드럽게, 외양보다 내공에, 남에게 보이는 것보다 내 스스로 생각하는 것에 더 무게를 두게 했다.

웰빙이라는 낯선 단어는 2002년 말 쯤부터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미국 라이선스의 잡지들이 소개했다. 그러다 웬일인지 지난해 급속 확산, 이제 웰빙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 보통명사가 됐다. 새 문화코드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이코노믹 트렌드로 확고히 위상을 굳혔다.

아니 차라리 이런 말이 더 옳을 지도 모른다.

"웰빙은 공기다.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산소다."

웰빙이 급속 확산되고 있는 것은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와서인지 모른다.'빨리빨리'는 현대사를 살아온 우리의 생존원리였다.

웰빙은 의·식·주 등 모든 우리 생활과 그 주변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푸드·라이프·뷰티·헬스 등 라이프 스타일의 물줄기를 돌려놓고 있다. 웰빙은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유행이 되고 있다. 보편적인 생활철학으로 인식되고 있다. 무엇이든 웰빙이라는 말이 붙지 않으면 뭔가 잘못된 것같고, 수준이 떨어지는 것같다. 웰빙 상품이어야 값이 올라가고 잘 팔린다. 웰빙은 곧 고상하고 품위있는 삶과 연결된다.

웰빙은 자연주의다. 자연과 과거로의 회귀다. '식(食)'에서의 웰빙이 그렇다. 웰빙족들은 순수 자연에서 나온 무공해 먹거리를 선호한다. 값은 비싸도 몸에 해가 없는 무공해 유기농산물을 즐긴다. 육식보다 청정한 과채류를 더 잘 먹는다. 단백질도 동물이 아니라 식물에서 섭취한다. 대체로 과거 우리 선조들이 즐기던 것들이다. 섭생이 회귀하고 있는 셈이다.

식용유도 그래서 올리브유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공장에서 만든 식용유보다는 자연에서 얻어 갓짜낸 올리브유로 요리하기를 선호하는 주부들이 많다. 올가닉 채소에 올리브유를 발라 먹는 샐러드가 잘 팔려나가고 있다.

자연을 먹고 바른다

웰빙은 인스턴트를 배격한다. 햄버거 가게도 그래서 타격을 받고 있다. 도회인은 시간에 쫓겼다. 빨리 먹을 수 있는 것을 좋아했다. 손질이 덜 가는 것은 즐겼다. 그래서 먹는 것은 인스턴트 식품으로 해결해 왔다. 웰빙족들은 이를 철저히 배척한다. 비닐하우스에서 농약의 힘으로 자란 소채류마저 배격한다. 자연의 햇살 아래 깊은 숲 속 공기를 마시며 자란 청정 과일과 채소를 즐긴다. 손질이 많이 가지만 스스로 작목해 먹기도 한다. 주말농장이 성업 중인 것은 웰빙 트렌드와도 관련이 없지 않다.

초중고교의 학교급식에도 웰빙 바람은 번지고 있다. 무공해 유기농산물만으로 음식을 내놓는 학교가 나오고 있다.

웰빙의 자연주의는 화장품도 바꾸고 있다. 웰빙족들은 무작정 예뻐지는 것을 싫어한다. 내 얼굴에 화학 성분이 와 닿는 것을 참지 못한다. 자연에서 얻은 천연 성분만으로 만든 환경친화적인 화장품이 그래서 요즘 많이 나오고 있고 인기다. 한방화장품의 상승세도 웰빙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한다.

웰빙은 인간주의를 지향한다. 인체에 해로운 것을 배격한다. 아파트에 불고 있는 웰빙바람은 이 때문이다. 주택업체들은 최근 인체에 유해한 물질의 배출을 줄였다고 주장하며 새 개념의 아파트 분양에 다투어 나서고 있다.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 벽지도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웰빙의 인간주의는 행정에도 통하고 있다. 부산시는 교통행정에 웰빙 개념을 도입키로 했다. 차보다 사람 위주로 교통의 흐름을 바꾼다는 것이다.

웰빙 바람은 가전에도 불고 있다. 음이온이 나오는 TV, 은나노 기술을 적용한 냉장고, 먼지 속 균을 없애주는 청소기, 손목이 편한 마우스도 나오고 있다. 웰빙이 아니면 통하지 않고 웰빙이어야 팔리는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웰빙은 이제 단순한 문화 코드에 머물지 않고 있다. 생활 주변을 변화시키고 사고와 삶을 바꾸는 하나의 거대한 움직임으로 와 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