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서른 넘으면 유방암 경계해야

## 매달 자가진단 필요…유두에서 피가 나오면 정밀검진을 ##.

♧ 유방암은 서구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서구화가 왜 유방암을 증

가시키는지는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으나, 우리보다 미국 이민의 역사가

긴 중국이나 일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 결과 증명됐다. 미국에

이민간 일본인이나 중국인 2세, 3세 여성은 본토의 여성보다 유방암 발

생률이 최소 2.5배 이상 높다.

우리나라도 서구화의 진행에 따라 유방암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

다. 지난 88년 인구 10만명당 10.91명에서, 96년 16.7명으로 크게 늘어

났다. 자궁경부암이 같은 기간 동안 35.1명에서 25.9명으로 줄어든 것과

는 대조적이다.

유방암은 현재 자궁경부암과 위암에 이어 여성들에게 세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전문의들은 그러나 앞으로 10년쯤 후엔 여성 위암과

자궁경부암을 제치고 1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어떤 여성이 잘 걸리나

유방암 유전자가 있는 여성과 엄마나 자매 등 직계 가족안에 2명 이상

의 유방암 환자가 있는 경우에도 유방암 위험이 매우 높다. 구미에선 예

방을 위해 암에 걸리기도 전에 유방을 자르는 일이 있을 정도다.

현재 알려진 유방암 유전자는 BRCA-1과 BRCA-2. BRCA1 유전자는 50%

이상, BRCA2 유전자는 80% 정도 유방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

다. 다행히도 우리나라 여성에겐 이 유전자가 극히 드물다.

그 외에 14세 이전에 초경을 했거나, 50세 이후까지 월경을 하는 여

성, 분만경력이 없는 여성, 주 3회 이상 음주하는 여성, 여성 호르몬을

5년 이상 복용하고 있는 여성들은 유방암을 조심해야 한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교육·경제수준이 높을수록 유방암 위험이 높다

는 것. 미국의 경우 흑인보다 백인이, 경제적으로 빈곤한 계층보다 중산

층이상 계층이, 고졸이하 학력자보다 대졸자가 훨씬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빨리 발견하는 법

특별한 유방암 예방법은 없다. 최근 영국에선 유방암 유전자도, 가족

력도없는 여성이 유방암 예방을 위해 두쪽 유방을 모두 절제해 화제가

된 적이 있지만 우리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따라서 유방암을 조

기에 발견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유방암의 완치율(5년

생존율)은 0기가 92%, 1기 87%, 2A기 88%, 2B기 76%, 3A기 56%,3B기 49%,

4기 16%다. 얼마나 빨리 발견하는가가 생명과 직결되는 셈이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30대 이후부턴 매달 한번씩 자가 검진

을 해야 한다. 옷을 벗어 거울을 보며 유방을 관찰하거나, 손으로 만져

서 유방의 함몰이나 멍울 등을 찾아내는 것이다. 생리가 있는 여성은 매

달 월경이 끝나고 1주일 뒤에, 폐경 여성은 매달 특정 날짜를 정해 정기

적으로 자가 검진을 하는 게 좋다.

자가 검진에서 ▲통증없는 딱딱한 멍울이 만져질 때 ▲유두에서 피가

나올 때 ▲유두(특히 한쪽 유두)에서 탁한 액체가 나올 때 ▲양쪽 유방

의 크기가 눈에 띄게 다를 때 ▲유방의 피부 및 유두가 유방 속으로 끌

려들어갈 때 ▲겨드랑이의 임파선이 커진 것이 만져질 때 ▲유방의 피부

가 부어서 마치 오렌지 껍질처럼 느껴질 때 ▲유방에 통증이 느껴질 때

는 빨리 병원에 가서 정밀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

많은 여성들이 비정상적인 유두 분비물을 암의 증상으로 잘못 알고 있

지만 정상 여성에게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손으로 유두를 눌러 짜

면 누구나 조금씩 분비물이 나오며, 피임약이나 호르몬제 진정제 수면제

등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분비물이 나온다.

정상적인 유두의 분비물은 색깔이 맑은 게 대부분이며, 양쪽 유두 모

두에서 나온다. 그러나 분비물의 색깔이 짙고 한쪽 유두에서만 나오며,

나왔다 안 나왔다 불규칙한 경우엔 암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경

우에도 90% 정도는 유관내 유두종이나 유관확장증, 섬유낭포성 질환등의

다른 질환이기 때문에 암에 걸렸다고 지레 단정할 필요는 없다.

병원에서 시행하는 유방암 검진에는 맘모그램이라 부르는 유방 엑스선

촬영, 유방 초음파, 유방 세침흡입 세포검사 등이 많이 쓰인다.

가장 널리 쓰이는 유방 엑스선 촬영은 정상 조직이 석회화되는 과정에

서 생기는 음영을 확인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따라서 초기 유방암

의 발견에 효과적이며, 암을 정확하게 진단한다. 그러나 유방조직이 치

밀한 젊은 여성이나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고 있는 여성에게 생긴 암을

놓칠 수 있다는게 단점이다.

유방 초음파는 암 덩어리의 모양과 내부 상태 등을 비교적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다. 유방 엑스선 촬영의 단점인 치밀한 유방조직

에 대한 보완적인 검사로 많이 활용된다. 그러나 이 검사법은 검사자의

능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유방 세침흡입 세포검사는 유방암으로 의심되는 멍울이 만져지거나,

엑스선 촬영 등으로 유방암이 의심될 때 확진을 위해 시행하는 방법이다.

유방암을 확진하려면 유방을 절개해서 조직을 떼어내 검사해야 하지만,

최근엔 절개 대신 세침흡입 세포검사를 많이 시행한다. 이것은 암으로

의심되는 부위에 가는 주사바늘을 찔러 세포를 떼어낸 뒤, 이것을 현미

경으로 보면서 암 세포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포가 적

게 나오거나 판독 결과가 애매한 경우에는 확진이 어렵기 때문에 절개해

서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어떤 수술이 좋은가

유방암 수술은 유방을 절제하면서 동시에 겨드랑이의 임파선까지 모두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임파선을 제거하는 이유는 유방암 환자의 40% 정

도는 임파선까지 암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방의 상실에 따른

심리적 충격을 덜어주기 위해 최근엔 가능한 유방을 보존하는 쪽으로 수

술을 한다.

유방보존 수술은 암 조직과 그 주위의 일부 정상 조직만 제거하고, 겨

드랑이를 통해 임파선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쉽게 재발하는 게

단점이다. 유방암의 성질 자체가 다발성인 까닭에 눈에 보이는 암덩어리

를 깨끗이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미세한 암세포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존수술을 한 경우엔 6∼7주 정도 유방에 방사선을 쪼이는 치료

를 받아야 한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유방보존 수술을 한 환자의 40%

정도가 10년 이내에 재발했지만, 방사선 치료를 추가한 경우의 재발률은

9%에 불과했다.

그러나 누구나 다 유방보존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암 크

기가 3㎝ 이하인 경우 ▲암이 유두에서 2㎝ 이상 떨어져 있는 경우 ▲암

병기(병기)가 1기 또는 2기인 경우(3기 이상은 불가능) ▲유방에 2개 이

상의 암이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 ▲유방의 크기가 너무 작지 않는

경우 ▲유방 엑스선 촬영을 했을 때 미세한 석회질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 않는 경우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만 가능하다. 유방암 수술 중 유방

을 보존하는 수술의 비율은 병원마다 다르지만 20∼3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유방을 제거한 경우엔 유방을 복원하는 성형수술을 받는 게 좋

다. 유방복원 수술에는 자신의 등 뒤나 하복부에서 피부와 근육을 떼서

유방을 만들어 붙이는 방법과 조직확장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반대

편유두의 일부나 허벅지의 검은 피부를 이용하면 유두까지 깜쪽같이 만

들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예전엔 유방암

수술을 받은 뒤2년쯤 뒤에 유방복원 수술을 받는 게 보통이었지만, 최근

엔 유방암 수술과 동시에 복원수술을 받는 추세다.